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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35일차 회고

code10 2022. 6. 12. 03:04

새벽 2시, 카톡에서 친구의 생일을 확인했다.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선물을 골라 전송했다. 친한 친구인데, 만나지 못한 날이 3년을 넘은 것 같다. 가까이 살고 있음에도 만나기가 힘들다. 코로나 때문도 있었지만, 친구의 생활도 나의 생활도 바쁘다는 이유가 더 크다. 오늘도 우린 만나지 않고, 톡으로만 생일을 축하하고 고맙다고 인사할 것이다. 그러면서 쌓인 안부를 묻기도 하겠지.

 

지금 쓰는 글은 제목처럼 거창한 회고는 아니고, 그냥 오늘의 일기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분야를 배우겠다 결심한 뒤, SNS 활동을 임시로 닫았고, 왠지 네이버 블로그에도 글을 쓰기가 싫어서, 매일 들어오는 아직 낯설지만 나의 공간인 이곳에 개인적인 감상의 글을 적는다.

 

새벽 2시 22분, 평소라면 자고 있을 시간인데 깨있다. 저녁에 마신 커피 한 모금도 이유겠지만, 뒤늦게 이번 프로젝트에서 할 일을 찬찬히 살펴보느라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할 일이 많은데, 일기를 쓰고 있다. 

 

CS 스터디에서 앞으로 8일은 8명이 각자의 발표시간에 지금까지의 회고를 말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조원들이 제대로 참석할지 모르겠다. 사실 참여 여부는 크게 상관없다. 그동안 참여하지 않은 조원들에게 어서 오라고 (게더에서) 찾아가고 전화도 했지만,  그것은, 조장으로서의 책임을 다 한 것이었다. 이 기간에 '어서 오라'고 할 생각은 없다. 한 마디 해보라는 것-은 여러 명 앞에서 어떤 소감을 말하는 기회도 많지 않으니까, 경험을 권한 것이다. 그걸 기회로 보느냐 아니냐는 개인의 판단일 뿐... 아무튼, 첫 회고 발표자는 나다. 회고를 해야 말을 할 테니, 생각할 겸 일기를 쓴다. 

 

새벽 2시 35분, 시간은 빠르고, 생체 시계가 이제는 자야한다고 알려오기 시작했다. 

 

더 깊은 과거는 건너뛰고, 항해를 시작하기(코딩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직전의 나를 생각하면, 굉장히 무기력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었지만, 무기력을 극복할 방법은 알지 못했다. 목표가 없다는 게 컸다. 그러다 코딩을 배우라고 푸시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과의 그날 하루의 대화로 나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목표를 세웠고, 빠르게 행동했다. 과거의 나는 추진력 하나는 알아주었는데, 그 모습이 다시 살아났다. 가장 빠른 입학일과 코스였다, 항해99는. 그렇게 여기 왔고, 35일이 지나가고 있다. 

 

새벽 2시 45분,  공부하기 위해 띄워놓은 창들은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꺼야 할 것 같다.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인데, 대학에서의 전공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지금처럼 생소한 분야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있었다. 그 과정을 수료하고 관련 분야로 취업했는데, 생초보로 일한 지 한 달쯤 지났을까, 회사 선배가 물었다, (육체적 피로는 사실 당연했고,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냐고. 그 질문에 "어려운 거지 힘들진 않아요"라고 답했다. 정말 많이 어려웠다. 하지만, 재미도 있었다. 

 

새벽 2시 56분, 

 

지금도 그렇다. 어렵고 어려운데, 재밌다. 목표가 분명하고, 감당해야 할 일들을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라 괜찮은 것 같다. 매일 새로운 용어와 싸우고,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지만, 괜찮다. 문제가 있으면 상당 부분은 해결 방법이 있는 분야니까. CS 책 저자가 말하듯이, 코딩이 인생보다 복잡하진 않으니까. 계속하다 보면, 할 수 있을 일들이니까.

 

자고 일어나서 할 일을 생각한다. 할 일은 정해져 있고, 하나씩 하면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어볼 동기가 있고, 검색할 구글이 있으니까.  

 

새벽 3시 4분, 이제 잔다.